이른아침 자전거 여행(2010.8.22)
일요일!
새벽5시 반에 눈을 떴다.
평상시 8시쯤에 일어나는 나에겐 상상도 못할 시간, 기적같은 기상이었다.
중진형 부부와 6시에 자전거타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다. 소풍가기전날의 두근거림... 그 같은것이 40이 다된 지금도 여전히 남아있는가 보다. 전날 밭에서 땀흘리게 일해서 피곤했음에도, 오늘 약속에 번쩍 눈을 떴다.
약속은 이렇게 사람을 바꾸어 놓는다.
늦었다. 이것저것 챙기다 보니 6시 15분경에 집을 나섰다. 이른 아침, 남대천엔 운동하는 사람들로 붐볐다.
아침인데도 덥다. 오늘 하루도 만만찮은 더위가 느껴진다.
곽부인은 미니벨로, 난 산악자전거, 열심히 페달을 밟았다.
내곡교를 지나 푸른 잔디가 시원하게 덮힌 단오장터, 그리고 남산교와 잠수교를 이어 달렸다.
비몽사몽이던 정신도 맑아졌다. 사실 일어나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막상 이렇게 운동하면, 이보다 상쾌하고 기분좋을 수 가 없다.
강릉교를 지나 새벽시장으로 향했다. 물건을 사고 파는 이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이곳을 지날때면 늘 만두가 먹고싶다.
만두는 어릴때 부터 많이 좋아했던것 같다. 특히 고교시절, 친구들과 동부시장 2층에 있는 지금은 없어진 길거리 만두 먹으러 참 많이도 갔다. 500원만 있으면 떡볶이 소스에 배부르게 만두를 찍어 먹었던 기억이 난다.
아마 그때 당시 만두 세개 백원정도 했던 것 같다. 다른곳에 비해 값도 싸고 만두도 컸고, 무엇보다 노릿하게 갓 구워낸 만두를 떡볶이 소스와 곁들여 먹는 그 맛! 아직도 잊혀지지않는 내기억속의 소중한 추억의 그맛이다.
새벽시장 만두는 그때 그 향수와 그 맛이 베어있다.
여담이지만, 동부시장엔 그집 말고도 내가 좋아하는 음식집이 하나더 있었다.
1층 화장실?? 바로옆 이름없는 길거리 순대집!
화장실 옆이라 냄새도 나고 비위생적이지만, 그집 순대볶음은 정말 일품이다.
사실, 어릴적 난 입이 짧기로 유명했다. 가리는 것이 너무 많았다. 그중에 하나가 순대였다.
순대 안팎이 내장인줄 알고 입도 안댔었는데, 스무살이 넘어서야 당면으로 만들어진 것을 알았다.
그래도 징그럽게 생겨서 먹지 않았었는데, 우연찮게 그곳에서 순대볶음을 접하게 됐다.
참 바보같이 이렇게 맛난걸 왜 몰랐을까??
그 이후 매콤한 순대볶음과 그 화장실 옆집을 사랑하게 됐다.
하지만 언제였던가 한 4,5년 됐나?? 그집 아주머니가 무슨 수술을 하게 됐다나...
동부시장 그 순대집에 그 주인아주머니와 순대는 더이상 보이지 않았다.
그러고도 몇번을 더 갔는지 모르겠다. 매콤한 순대볶음은 이젠 내게 추억으로 남아있다.
새벽시장 만두파는 아주머닌 오늘도 일찍이 구박한가득 만두를 이고와 자리를 잡으신가보다.
어느새 절반가량 비어 있었다. 곽부인은 두봉지, 4천원 어치를 샀다. 찐빵도 한봉지...
김치만두 두개를 덤으로 얻어 곽부인하나 나하나.... 아직식지 않은 따뜻하고 매콤한 만두! 추억과 즐거움을 먹었다.
중진형 부부가 궁금해진다. 약속을 잊지 않았는지.....
참 좋은세상이다. 핸드폰이 있질 않는가?
자전거와 새벽시장, 그리고 핸드폰
느림과 빠름. 정말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어느새 이마트까지 갔댄다. 우리보다 조금 일찍서둘렀던가 보다.
만두와 찐빵을 미니벨로 장바구니에 담고 다시 신나게 달렸다.
새벽시장에서부터 남대천 물은 많이 말라 있었다.
조금 냄새도 나고, 하지만 철새들은 얕아서 더 좋은가 보다, 아침사냥에 바쁘다.
월드컵교를 지나 공단교 그리고 이마트, 공항대교를 지났다.
둔치는 운동시설과 유휴지로 잘 관리되고 있었고 자전거도로도 오늘의 종착지인 안목까지 시원하게 뚫려 있었다.
정말 운동하기 좋은 환경이다.
중진형 부부는 안목 솔바람다리까지 가서야 만났다.
새벽시장에서 산 만두와 찐빵을 풀어놓고 함께 먹었다.
함께 먹는 만두와 찐빵 꿀맛이다.
아침 자전거 하이킹은 몸풀기란다.
중진형 부부는 다시 대관령 능경봉으로 등산을 간댄다.
10시에 함께 가기로 또 다시 약속을 했다.
당장해야할 사무실 숙제가 한가득인데 왜이리 여유로운지 모르겠다.
사무실엔 등산갔다온뒤 오후에 가야지 생각하며, 집을 향해 힘차게 페달을 밟았다.
아참 중간에 퇴직하시고 자전거점을 여신 권오진 전 계장님, 강대원 계장님, 강신호 계장님, 김현환 과장님을 만났다.
모두들 정말 열심이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