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노세로스 2023. 11. 16.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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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정례회가 다가온다.
첫 데뷔 무대라 단단히 준비해야 하는데..

귀찮다.
잘 되겠지..
공부는 벼락치기다.

주구장창 외운다고 다 외워지는게 아니다.
더구나 이젠 돌아서면 잃어버린다.

잘 되겠지 하는 쓸데없는 낙관주의가
가끔은 인생을 코너로 몰기도 하지만..

1주일 벼락치기로 맘을 굳혔다.
또 공부할 자료도 없기에 줄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줄때까지 기다리는 인생, 또는 재촉하는 꼰대..
이게 내 일이거니 생각하니 그저 불쌍하다.

암튼 이런 저런 생각하다 21시가 다 되어 퇴근했다.
저녁에 볶은밥을 먹었더니 속이 더부룩하다.

오랫만에 뛰어보자.
지난 주말 커터칼 주머니 차고 첫 떼깅을 했었는데..

운동하는 김에 다시 현수막 제거도 함께..
날이 추워 오늘도 워머에 두툼한 점퍼와 털장갑을 꼈다.

9시 30분 출발...
초 겨울로 접어들어 날씨는 쌀쌀하지만.
둔치는 아직도 가을이다.

간간히 붙어 있는 나뭇잎에
알록달록 가을색이 완연하다.

교량 난간에 붙어있는 불법현수막도
미안한지 가을옷을 맞춰 입었다.

오늘도 20여장 갈기갈기 찢어놓았다.
외나무다리에서 철천지 웬수를 만난 것 마냥
미친듯이 달려들어 난도질을 했다.

붙이면 뜯고, 다시 붙이면 뜯고..
네버엔딩 스토리...끝이 없다.

붙이는 놈들..한번쯤 만날만도 한데..
만나면 한장 붙이는데 얼마 받는지 꼭 묻고싶다.
괜찮으면 퇴직후에 알바 1순위..

양복 쫙 빼 입고, 백팩에 현수막을 잔뜩 꾸겨넣고
현란한 줄매듭기술로 10초만에 현수막을 걸고는
입꼬리와 광대가 올라가는 웃음을 지으며 유유히 사라지는...^^

에고 직업병에 갈린듯 싶다.
현수막 떼기를 하두 하다보니 미친놈처럼
허튼 공상에 빠진다.

11시30분이 돼서야 귀가했다.
뭔가 생산적인..
동네를 깨끗하게도 했고,

2만보를 걸었으니 내 몸도 더 건강해졌을 테고..

생산적이고 보람된 하루의 마무리...
가끔은 기특한 나.
쓰담쓰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