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만인 앞에 평등합니다.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합니다. 하지만 불법은 평등하지 않습니다."
하두 보편적인 말이라서... 찾아봐도 누가 첨 그런얘길 한질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쉬운 얘기가 어느 누구에겐 전부였음을..
2023년 7월 1일자 도시재생과로 발령 받았다.
낙후된 도시를 그 지역의 인적, 물적, 역사, 문화 자원 등을 활용해서
재원을 투입, 새롭게 뜨는 곳으로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작업이 도시재생이다.
사람이 중심이 되는 도시재생에서.. 관광과 경제를 염두해 둔
특화 중심 도시재생이 최근의 이슈고 대세다.
재생부서에 조금은 생뚱맞는 조직이 광고물팀이다.
재생과 광고물... 어찌 보면 도시를 재생하는 분야에 도시미관 차원에서
광고물도 정비 해야 하니
재생부서에 광고물팀을 두는게 적합할 수도 있겠다..
국내 광고 형태는 도시미관 보단, 홍보에 무게 중심을 둬서 그런지
간판도 주변 환경과 조화로운 것이 아닌....
그저 크고 눈에 띤 화려함을 강조하는 형태가 주를 이룬다.
경쟁상대 업체보다 커야 장사가 잘 된다는 인식은 대형화 규모화, 다량화로 이어진다.
여기에 불법 광고물이 판을 치며
도시 전체의 이미지 마저 훼손시키기에 이른다.
특히, 부당함, 집단민원, 반대의견, 님비현상 등에 기인한 불법 현수막은
오히려 이게 합법인양 더 당당하고 떳떳하고 강력해진다.
예를 들면, 000처리장 설치 반대, 0000에 따른 집회.....
길거리에... 전봇대에... 가로수에... 이러한 내용의 현수막이 내걸리고...
여기에 내걸리는 수준을 넘어 도배 수준까지 가면...
이게 불법인지 합법인지 모를 정도로 당연시 된다.
발령받을 당시 4개월 이상 모 지역 전역에 반대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어림잡아 200여장....
지역의 단체란 단체... 모임이란 모임은 다 이름을 걸고... 반대 현수막을 내 걸었다.
근데 우리지역은 관광으로 먹고사는 동네 아니던가?
반대의 뜻은 누구보다 잘 안다. 공직에 있지만 나도 반대다.
찬성하는 이가 100중에 1이나 될까?
관광으로 먹고사는 동네... 오죽하면 동네 이미지 버려가며 이럴까?
어느 정도 이해는 간다.
하지만 행정에서 수차례에 걸쳐 반대의견을 내도
행정을 신뢰할 수 없는지.. 불법현수막의 자진철거는 요원하다.
급기야 행정대집행에 나선다.
문서를 보내고, 대집행 예고를 하고...철거 일자가 잡혔다.
2023년 7월 6일.
발령 받은지 6일! 신참인 내가 나에게 낸 첫 임무!
전날 해당 000께 미리 공지한다.
반대가 만만찮다.
상대방으로부터의 논리적 설득에 더해 회유와 협박까지.....
예를 들면
시청앞 집회 현수막은 왜 철거하지 않느냐.
시내에 걸려있는 아파트 불법현수막, 공공현수막도 다 철거해라...
과연 해낼 수 있을까?
정비반 둘, 과 직원 나까지 여섯!
2개조로 정비반을 나눴다.
1조는 전문 정비반 2명.
2조는 비전문가 6명..
1조는 읍내 주요간선도로
2조는 읍사무소 앞부터 정비 시작..
6일 아침 9시에 읍사무소 집결!
정비 방법을 교육 시킨다.
주민과의 충돌금지, 제거를 위한 도구(칼) 사용시 각별히 주의... 등
자 시작이다.
도로변에 있던 공공현수막부터 제거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반대 현수막 한장, 두장, 세장... 철거
그러자 주민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한다.
욕설이 오간다.
나의 신분을 밝히고, 불법현수막 대집행을 공지한다.
하지만 먹히지 않는다.
나를 가로막으며 실력행사를 한다.
이거원...경찰에 신변보호 요청을 한다.
공무집행 방해...
밀고 밀리고... 무법천지다.
직원들에게 재차 불법광고물 정비를 지시하지만...
직원들 모두가 주민들에 에워싸여..꼼짝달싹 못한다.
모 인사 나에게 했던 말...
'야 이 새끼야 너 죽을래? 너 뭐야?'
'000 처리장 들어오게 하자는 거야?'
화악 끓어 올랐다.
이놈 뭐야?
하지만 내가 했던 말
'저는 불법광고물을 정비하는 책임자 입니다.'
'해당 광고물은 불법입니다.'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합니다. 하지만 불법은 평등하지 않습니다.'
참내...
한 시간이 넘게 이 같은 말을 되풀이 했다.
입이 바짝 마른다.
앵무새도 물 한모금 마시지도 않고 이처럼 오래 같은 말을 되풀이 할 수 없을 것이다.
에고...어지럽다.
작전상 후퇴....
참.... 그땔 생각하면...
나도 죽기 살기로 임했던 것 같다.
그로부터 1주일후... 그 현수막 들은 모두 철거됐다.
사장님의 약속이 컸지만...
어찌보면 담당부서의 의지와 행동도 한 몫 했음이 분명하다.
나를 믿고 함께했던 울 과 동료들...
기특한 친구들....고맙고 감사하다.
전우가 달리 전우던가?
그들이 전우였고, 친구였고 동료였기에...
지금도 무한 신뢰를 보낸다.
광고물정비반의 김석규, 김민석, 그리고 박준성, 최서환, 이규엽, 이종구, 최정우, 나....
내겐 이들이 전부였고 전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