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택배 문자가 왔다.
'상품명 :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인수자 : .....' 뭐지?
시청 우편물함을 확인해 보니 책이었다.
도통 주문한 기억이 없다. 분명 'e-독서아카데미'를 통해 주문했을텐데...
이젠 기억력도 나이를 먹는가 보다.
책 제목도 염세적이라 맘에 들지 않았다.
하필 아침에 죽음을 생각하다니.. 아침은 상쾌함, 희망, 밝음... 이런게 어울릴듯 한데.. 죽음이라...
시작부터 인상적이다.
'부고는 죽음보다 늦게 온다' 사물이든 생명체든 소멸됨을 인지 했을땐 이미 죽어 있다.
어제 죽은이가 그토록 살고 싶어하던 오늘, 그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를
김영민 작가는 그저 죽음에 관한 얘기만이 아닌, 우리내 삶에 대하여 그리고 작가 자신의 이야기와
경험을 토대로 진솔하고 위트있게 그리고 젊은 감각으로 우려냈다.
총5부로 나눠져 있고, 페이지수 342페이지에 달하지만 칼럼 형식의 짦은 글들을 모아논 터라
읽기가 편했고 글자도 작지 않아 좋았다.
최근 노안으로 가까운 글이 흐려 책읽기가 녹록치 않았었는데,
다촛점 렌즈로 바꾸게 된 계기도 이 책 덕분이다. ^^
개인적으로는 1부의 '결혼을 하고야 말겠다는 이들을 위한 세가지 주례사'라는 글이 인상깊다.
요즘 주례없는 결혼이 유행이라 부모가 주례사를 대신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우리 아이들도 결혼 적령기에 접어 들었던 터라
만일 '내가 주례 아닌 주례를 한다면 어떤 말을 해줄까?' 했었는데 가슴에 와 닿았던 글이라 웃으면서 읽었던 것 같다.
그동안 경험했던 모든 주례사 중에 단연 최고의 주례사, 가장 임팩트 있는 주례사가 아닌가 싶다.
이 책 후반부에 거창한 행복이 아닌 소소한 근심을 누려야 한다는 글도 인상 깊었다.
거창한 행복이 아닌 소소한 행복, 소소한 근심.
저자는 이 소소한 근심과 작은 행복들이 우리를 계속해서 살수 있게 만든다는 점을 여러차례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좋은 사회란 거창한 행복이 아니더라도 소소한 행복을... 소소한 근심을 이따금씩 느끼는 사회.
근심이 소소하다는 건 그것을 압도할 만큼의 큰 불행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을까?
예컨데, 고속도로에서 딴 생각하다 목적지를 지나쳤을때의 스트레스....
유명한 가수 콘서트 표를 구한 것 까지는 좋았는데, 현장에서 몇시간이 기다려야 하는 스트레스가 그런 소소함이 아닐까?
이 책은 치열하고 바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너 자신의 삶을 살아라'. '너만의 시각으로 세상을 보라'
'미래를 위해 일하지 말고 즐겨라'와 같은 일상적인 메시지만을 던지는 흔한 에세이가 아니다.
정치사상을 전공한 학자가 바라본 우리 사회의 현주소와 정치의 필요성
삶에 대한 깊은 통찰과 정확하고 깔끔한 문장이 담긴.... 그래서 많은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사이사이 엮어놓은 유머...^^ 말해 무엇하랴~~ 샷다마우스 그래 굳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