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화차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물을 마신다.
정수기가 쏟아낸 시원한 물, 냉수~~
주변에선 따뜻하거나 미지근한 물을 권하는데, 난 시원해야 갈증이 해소되고 뭘 좀 마신것 같다는 생각이다.
일어나자 마시는 차가운 물이 가끔은 머리를 아프게 하지만 습관이 되어서인지 그저 찬물이 좋다.
세면대에선 온수를 틀고 세수를 한다.
처음엔 얼음같이 차갑지만 세안을 하다보면 조금씩 따뜻한 물이 썪여 나오기 시작한다..찬물에서 따뜻한 물로 바뀔때, 미지근함이지만 찬것보단 훨씬 온도가 올라간....그 느낌, 그 온도가 편안함을 줘서 좋다.
참 좋은 세상이다.
어릴땐 겨울철 세수나 머리감기가 너무 싫었다.
이불속 온기를 깨어나자마자 찬 물에 다 내줘야 하니..
아침엔 날씨고 찬물이고 뭐고 5남매 등교 준비로 정신이 없었다. 화장실이나 세면대는 먼저 선점하는게 장땡이니.. 조금이라도 게으름을 떨면 머리감기는 다음번에...그냥 얼굴에 물만 묻히고 가기 일쑤였다.
요즘이야 물만틀면 따신물이 펑펑 나오지만 그땐 일부러 세수하고 머리감을 물을 끓여야하는 수고로움이 필요했다.
머리를 감고 수건으로 물을 닦아내며 잘 생긴 얼굴을 뚫어지게 본다. 아직 죽진 않았군~~^^
하지만 이마 양쪽 윗부분이 나날이 헝텅해진다는게 옥에티다. M자 모양의 머리숱 빠짐이 더욱 도드라져 가르마를 가운데로 타야하나 고민중이다.
학창시절 국사 선생님, 아마 40대 후반쯤 됐었던 것 같은데...대머리셨다. 다행인진 모르지만 대머리도 옆이나 뒤쪽은 머리카락이 남아 있어 옆 머리카락을 길게 길러서 전면의 대머리를 좌우로 덮으셨다. 하지만 그 머리카락도 몇올 되지 않아 대머리가 선명하게 보일정도로 옹기종기 세갈래로 나눠져서 덮어졌다.
그 당시 학생들 사이에 세갈래, 삼선 운동화와 슬리퍼가 무척 인기를 끌고 있었다.
선생님 별명이 '아디다스'가 된 건 불가항력적인 시대적 흐름이었다.
고교 선생님 성함은 지금도 잘 모른다.
하지만 아디다스, 갸가멜, 여포, 바이야바, 쪽발이, 베트남, 핏대...그분들도 별명이 그렇게 불려진건 아디다스로 명명된 연유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는 걸 이제서야 깨달았다.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린 후 침대 위에 앉아 크림으로 쪼그라진 피부에 생기를 준다... 얼굴을 세차게 두드리기도 하고 눈가의 주름 펴지라고 마사지도하고..
어느새 7시30분...아직 여유가 있다.
전기포트에 물을 담아 끓인다. 비닐팩에 담긴 차가운 즙을 머그컵에 담는다. 그리고 다 끓은 물을 컵에 붓고 차가운 즙을 뎁힌다. 그 시이 설거지를 마친다.
차가운 정수기물, 따뜻한 세숫물, 그리고 차가움과 따뜻함이 공존했던 즙.....
오늘 즙이 유난히 더 따사로운 건 왜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