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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밭/사설 강원일보

집어등(언중언)

모노세로스 2008. 7. 10.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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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은 역대 정권 때마다 국토의 개발 축에서 제외돼 왔다. 선거철에는 장밋빛 개발계획을 제시하며 강원도민들의 민심을 자극했으나 아직까지 제대로 된 고속도로 하나 뚫린 곳이 없다. 동해안과 함께 낙후성을 면치 못한 서해안은 2001년 4∼6차선으로 완전 개통되면서 연간 5,600여억 원의 물류비용이 절감되고 있다. 그러나 동해안은 그동안 지정학적 경제적 잠재가치에 대해 끊임없이 강조되고 있지만 여전히 국책사업에서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 ▼동해안을 따라 개설된 유일한 도로인 국도 7호선을 왕복 4차선으로 확장하는 공사는 지난 1989년 착공했으나 아직 공사 중이다. 동해안이 서ㆍ남해안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된 단적인 예다. 산수 수려한 동해안이 열악한 교통인프라로 묻히고 있다. 송강 정철은 동해안의 아름다운 산수와 풍경을 예찬하며 관동별곡을 남겼다. 매월당 김시습은 ‘한없는 푸른 물결은 아침노을에 잠겨 있다’고 동해바다를 노래했다. 청정바다, 옥빛바다, 하얀 백사장 등이 떠오르는 동해바다는 생각만 해도 가슴이 설렌다. 여기에다 조업에 나선 오징어 채낚기 어선들이 밝힌 집어등(集魚燈)은 야경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연출한다. 집어등은 멸치·고등어·오징어 등 주광성(走光性)이 있는 어족·어군을 모여들게 하기 위해 어선에 장치하는 등불이다. ▼유류가격 폭등으로 출어를 포기하는 어민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오징어잡이 배의 집어등 밝기를 하향 조정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오징어 채낚기업계는 지난 4월 오징어배의 집어등 밝기를 현행보다 30∼40% 낮추는 내용의 제도개선을 농림수산식품부에 건의했다. 좀 더 많은 오징어를 유인하기 위해 밝기 경쟁을 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을 감안한 것이다. 이는 어민들의 생계와 직결된 현안이다. ▼최근 동해안은 오징어가 제철을 맞으면서 어획량이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어가하락에다 급등하는 유가상승으로 어민들의 시름은 오히려 깊어만 간다. 오늘따라 동해안 낙후와 어민들의 주름살이 더욱 크게 오버랩된다. 권혁순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