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둔지네
음력 9월 9일 본문
12개월중 같은 숫자가 두번 겹치는달은 양기가 충만한 날이라고 한다.
1월1일/설, 5월5일/단오, 7월7일/칠석, 9월9일/중추
중국에서 유래됐다던데.. 구전으로 전해지든, 문헌으로 전해지든 역사는 참으로 장구하구나..현대를 살아가도 과거의 전통이랄까 그런건 잘 이어가려고 하는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매년 중양절이면 울 어머니 산으로 향한다..
주변 사람들 무탈하게 해 달라고 산신과 용왕신께 빌러... 송이 시즌이 끝나면 점점 날씨가 추워지기 시작한다...아침공기가 쌀쌀해지고 날이새는 시간도 6시가 넘어야 한다...
중양절이면 어김없이 산을 찾는 어머니..
언별 모처에 모셔 드린지 올해로 10년이 넘은것 같다...
시어머니로부터 이어받아 신령님께 제를 지내오신 어머니... 제단까지 가려면..지금이야 차가 있어 금새 가지만 예전엔 깜깜한 새벽에 걸어서 장적골 제단까지 가기가 꽤 멀기도 했겠지만..힘들고 무서웠으리라..
한해도 거르지않고 작은 쇠 밥솥2개와 쌀...바가지, 라이터와 낫을 배낭에 챙기신다..
올해는 비소식이 있어 전날 가자신다...
10월3일 아침 4시30분....그냥 눈이 떠졌다...이젠 알람도 필요없다...나이 먹으니 4시면 눈이 떠진다.. 부랴부랴 씻고...어머니계신 언별리 농막으로 향했다... 가는 비가 내린다...
현지에서 구할 나무(밥짓기용)가 젖어 있을까봐 마른나무를 미리 구해 두셨다...
조금씩 내리는 비에 제단까지 가는 길이 미끄러울까 걱정이다... 지난해 허리를 다쳐 걷지도 못하고 누워만 계셨는데...다행이 올핸 좀 좋아져 걸으시지만...복대를 하고 다닐 정도로 허리가 안좋으시다..
가을 초입이고 한동안 비가오지않아 대지가 바짝 말라있었는데...다행히 어제부터 비가 온지라 불피우기엔 좋다..하지만 그래도 늘 조심스럽다.
어머니께서 불을지피고 밥을 짓는 사이 나는 싸리나무를 꺾어 젓가락 두쌍을 만든다.
어머니께서 앉아 계신곳이 제단...망덕봉을 향해 산신께...돌아서서 동해 바다를 향해 용왕신께 제를 올린다...소원도 함께 빌면서... 예를들면 갑자생 누구누구 올한해 무탈하게 해 주시고...제수 왕성하게 해 주시고...올해는 꼭 승진하게 해 주시고...떡 두꺼비 같은 손주 낳게 해 주시고...그저 사업 번창하게 해 주세요...^^
이렇게 모든 가족에 대한 소원을 비시고 지은 밥을 올리고 두세 젓가락 떠서 물에 뿌린다..
중양절...2대에 걸친 무사안녕 기원제....
3대를 이을 며느리가 있을까? 내가 10년을 모셔 드렸으니 아들이 이어야 하나?
어머니의 하염없는 기도에 후손들은 안전하고 무탈하다.. 올해로 81세이신 어머니..
내년에도 후년에도 어머니와 다시 올수 있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