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둔지네
개나리 본문
오늘 아침 얻은 밥은~ 나리한테 바치구요~
오늘 저녁 얻은 밥은, 나리 집 개한테 바칠라요 ~
공자님 같은 우리 나리 ~ 개살구 같은 우리 나리
곱디 고운 우리 나리 ~
나리 ~ 나리 ~ 개에 나리 ~
나리 ~ 나리 ~ 개에 나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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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싯적(5세가량) 어렴풋한 기억으로 언별 본가에서 잔치가 벌어졌는데
거지가 와서 밥먹던 기억이 있다.
그걸 아직도 기억하는걸 보면 꼬질꼬질하고 꾀죄죄한 모습이
나름 충격적이었던가 보다.
내 고교시절엔
품바가 유행이었던 것 같다.
희노애락을 담은 해학적인 가삿말에 표정이나 옷차림..
해학적이지만, 뭔가 여운을 주는 내용도 있었던 것 같다.
한동안 각설이 타령 테이프를 사다가
심심하면 들었던...아직도 외우는 구절이 있으니...
개나리! 데라우치 마사다케!
1910년 8월 29일 한일병탄일
초대 조선총독으로 임명되면서 한일병탄을 주도한 이가 데라우치다.
경술국치라고도 하는데, 1916년까지 총독으로 있다가 일본 내각 총리가 된다.
조선 총독이니, 한국인으로서는 두려움의 대상이면서, 사라져야할 암살 1호였던 것이다.
곱디 고운 우리나리, 개살구 같은 나리, 나리 나리 개나리
반어적 표현인 듯 싶다.
거지가 주는 밥을 데라우치한테 주겠다. 개 같은 데라우치야...
이런 뜻 아닐까?
접두사'개'는
실제 개두릅, 개꿈, 개수작, 개망나니와 같이 흡사하지만 다른, 헛된, 정도가 심한
이라는 뜻으로 쓰이고,
개xx 처럼 육두문자의 앞부분에 쓰이는 비속어로도 쓰인다.
썩 유쾌한 단어는 아니지만...
최근에는 세상이 변해 '개'자의 쓰임이 완전히 바뀌었다.
물론 젊은층에서의 얘기지만...부정적인 의미에서 강조하는 의미로....
개좋아, 개노잼, 개웃겨, 개멋, 개이득, 개매너, 개부럽, 개이쁨, 개찐다.......
너무좋다, 엄청 웃긴다, 정말 멋있다.....
한국말이 참 어렵다고들 하는데
어떻게 쓰이냐, 또 어떤 시대(금석문이 대표적)에 써 졌느냐,
에 따라 접두사'개'의 의미가 다 다르니 말이다.
어제는 간만에 휴가를 냈다.
특휴 4일이 남아 있는데 12월까지 쓸려니, 연말 의회 일정도 그렇고
도통 휴가 엄두가 나지 않아, 우선 하루만 냈다.
계획하지 않은 휴가라 어디 가지도 못하고...
아침부터 점심까지 청소에, 대형폐기물 처리에, 산뜻하게 이발도하고,
흙구뎅이 애마 세차도 하고, 밀린 빨래도 하고, 쓰레기도 버리고..
또 드립커피로 여유도 부리고... 그러다 보니 오전이 후딱 지나갔다.
오후엔 나만의 시간을 보내기 위해, 공항대교까지 산보를 갔다.
안목 경찰수련원 인근 제방에는 노오란 개나리가 계절을 잊은채
듬성듬성 피어 나고 있었다.

그야말로 곱디 고운 개나리,
11월 중턱임에도 따신 날씨에 놀라 일찍 움을 틔우고 있으니..
너무 이쁘고 앙증맞지 않은가?
1922년 품바의 개나리가 아닌.
2022년 강릉의 개나리로 피어올라
공주님 같은, 곱디고운 우리 나리,
노오란 나의 그대...
곽차리님에게 바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