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둔지네

휴가 본문

스토리텔링/나의 이야기

휴가

모노세로스 2023. 11. 9. 20:03
728x90

호흡이 아무리 길어도 죽지 않으려면 숨은 쉬어야 한다.
문장이 아무리 길어도 쉼표를 중간 중간 찍어줘야 글이 매끄러워지고, 다음을 이어가기도 쉽다.
 
우리내 삶도 마찬가지다.
매일 매일 숨쉬기도 힘들만큼 바쁜 나날이고, 정신없이 일해도..
1년 365일 일만 할수는 없는 거다..
 
물론 그런 안타까운 환경에  처한 곳도 있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나의 삶이 그러했으니..
 
1주일에 2일은 휴일이다.
5일은 일하고 2일은 쉬고...
일하고 쉬고 하는 규칙적인 삶을 살아가는 이들은 행복한 사람이다.
그렇지 못한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나이가 한살 한살 더해지면서 쉬지 못하면 힘내서 일하기가 여간 어려운게 아니다.
무조건 쉬고, 무조건 놀고,....
 
무작정 휴가를 냈다.
목요일, 금요일 이렇게 이틀을 내고 싶었는데... 
금요일에는 예산관련 자료를 검토해야 한다고 출근해달란다.
휴가도 내맘대로 못낸다..
 
그래도 어디냐... 하루라도 알차게..
수요일 저녁엔 잠이 안왔다..
소풍가기 전날처럼 휴가 전날의 여유로움, 두근거림... 밤늦도록 영화보고, 게임하고..온전히 나에게 투자하고 싶었다.
하지만, 스스로 눈을 찌른다. 
 
띠리리...
 
어머니 잘 계시죠? 내일 뭐하세요?
응~~ 밭에 가려고 하는데...
왜요?
무우도 뽑고,  날씨가 추워지기 전에, 감자와 무우를 땅에 묻어둬야 하고, 마늘도 심어야하고...
아하.. 잘 됐네요.. 내일 휴가라서, 아침 일찍 갈테니 준비해 주세요...
 
에구...본의 아니게 효자가 됐다.
난 쉴 팔자가 아닌가부다. 이 손꾸락은 왜 엄마 핸폰 번호를 눌러서... 
 
1년에 낼수 있는 휴가는
법정휴가 21일...
특별휴가 7일이다.
 
상반기 특별휴가 4일이 있었는데...
일 때문에 하루도 못가고 그냥 날려버렸다..
 
하반기 특별휴가 3일이 주어졌는데...
이번엔 절대 날려 버리지 않으리 다짐해서 이번에 하루 낸 것이었다.
12월 말까지 1달 보름 안에 남은 2일을 써야하는데... 갈 수 있으려나... 
 
다음날 아침 7시 어머니를 모시고,  언별리 농막으로 향했다.
불과 3일전까지만 해도, 미친 날씨로 영상 30도 가까이 올라 반팔티를 입고 다녔었는데..
입동을 맞아서 그런지 기온이 훅 떨어졌다.
영상5도... 20도 이상 떨어진 날씨라 더 춥게 느껴진다.
 
농막 바닥을 난방으로 따뜻하게 데운다.
바닥이 따시니 일하기 싫다..
 
마늘을 심으려면 밭을 갈아야 한다.
관리기에 장착되어 있는 비닐피복기를 해체하고, 구글기를 새롭게 장착한다.
관리기에 다른 장비를 장착하는 일은 번거롭고 귀찮은 일이다.
간만에 시동을 걸어서 그런지 한번에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2013년에 샀으니.. 관리기도 10살이 되었다.
쓰고 난 다음에 잘 닦고 정리하고... 관리를 잘 해 줬더라면 이친구..이렇게 심술을 부리지 않을텐데..
 
레버를 수차례 당겨서야 시동이 걸린다. 휴~~ 다행이다.
아랫밭을 갈고 비료를 뿌리고, 벌레끼지 말라고 벌레제거제도 함께 뿌린다.
그리고 마늘을 심고, 흙을 덮고, 그 위에 콩대와 들깨대를 펼쳐 놓는다.
콩대와 들깨대는 이불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위에 이 친구들이 바람에 날라가지 마라고, 나무로 눌러놓는다.
 
비닐하우스 안에 구덩이를 파고, 감자와 무우를 넣고 다시 흙을 덮는다.
그리고, 윗밭을 다시 갈아 엎는다.
올해 씌워놓은 비닐이 바람에 날려 이곳 저곳 걸려있어서 정신이 없었는데..
밭을 갈으니 비닐도 흙에 같이 묻혀 말끔이 정리가 됐다.
시간이 지나면 삭아 없어지는 친환경 비닐이라 흙에 묻히면 금방 녹아 없어진다.
하지만, 그냥 노출이 되어 있으면 녹지 않는다.
 
아침 일찍 시작한 일이 오후 3시가 돼서야 마쳤다.
어깨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고 하루종일 흙먼지를 뒤집어 써서 그런지 무척 피곤하다.
얼른 집에가서 씻고 싶다.
농사일 끝나고 10km정도 달릴까도 생각했는데... 못하겠다.
 
어제까지 참 좋았는데... ㅠㅠ
소풍 온 언별리 농막...
손꾸락에 자물쇠를 달아 놓아야지..

저멀리 무지개가 미소를 보낸다.
 

'스토리텔링 >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빼빼로  (1) 2023.11.11
현정화님  (0) 2023.11.10
메타중앙시장  (2) 2023.11.08
강풍  (2) 2023.11.06
알콜  (3) 2023.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