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둔지네
소금강2 본문
아침 5시!
산행을 위해 배낭을 싼다.
소금강 주차장에서 정상인 노인봉까지 4시간... 돌아오는 시간 3시간...
장시간 산행을 해야하기에..체력도 체력이거니와
물이며 먹거리가 부족하면 산행의 여정은 그야말로 지옥행이다.
사발면 2개, 삶은계란 3개, 오이 1개, 참외 1개, 과자 1봉지,
끓인물 1통, 드립커피 1컵, 고추참치 1개, 비타민 1봉지, 쌍화탕 1개
물 5개.... 배낭 가득 담고 보니...무게가 장난 아니다.
올라가기전에 무거워서 지치겠다...
소금강 산행은 이번이 세번째다.
첫번째는 20살때 친구랑 둘이서...
돌이켜보면 젊음 그 자체로 좋았던 시기다.
몸도 마음도 싱싱하던 시기... 하지만, 쉽게 생각했던 소금강 정상 공략..
너무나 힘들었던 기억으로 남아 있다.
노인봉 정상 근처가 일명 빨딱고개라서 네발로 기어서 올라갔던것 같다.
먹을게 떨어져서 생쌀을 먹으며 목까지 차오른 숨을 가쁘게 몰아쉬면서 기어 오르는데...
뭥미,..아이를 목마에 태우고 슬리퍼 차림으로 내려가는 아저씨.,..
고수 산악인의 포스...
등산 4시간, 하산 2시간...
힘들다, 슬리퍼 두 단어만 또렷이 기억되는 첫 소금강 산행이었다.
두번째는 2010년쯤...20년만에 옛 기억을 더듬으며 다시 도전했던 홀로 산행!
그땐 한참 연설문을 쓰던 시기였고, 업무 스트레스로 피폐해진 삶에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하기 위함이었다.
그때도 정말 마지막 정상근처 난코스에서 이러다 죽겠구나 하며 올라갔던... 어렴풋한 기억이 있다..
힘들다, 연설문...이 두단어가 두번째 산행의 키워드다..,
이번 세번째 산행은 지난 두번의 산행과는 다르다.
우선 최근 열심히 운동해서 나이는 들었지만, 그때보단 체력적으로 자신이 있었다.
그리고 두번의 산행에서 쌓여진 코스에 대한 경험이 있지 않은가?
대략 편도 10km 정도면 몇시간 주파 거리인지 가늠할 수 있고, 그것을 바탕으로 체력 안배를 하면 되니까..
여기에 먹거리도 빵빵하지 않은가?
6시에 소금강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자 출발!
구룡폭포까지 30분 소요, 만물상, 낙영폭포까지 1시간 40분,
낙영폭포에서 아침을 먹었다. 사발면에 물붓고 밥 한그릇도 함께 넣는다...

온몸이 땀에 젖어 춥다. 따뜻한 사발면이 제격이다.
떨어지는 폭포가 분위기를 띄운다. 남은 거리는 2.7km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과거 네발로 기어 올라갔던 시작점... 두려움이 엄습한다.
인생 뭐 있나? 겨우 3km도 안되는 거리 아니던가?
하나둘 하나둘.. 영차 영차... 헉 헉...
2.7km를 1시간 10분만에 올랐다...
정상까지 3시간 10분 주파...역쉬 체력은 좋쿠먼...
9시 10분 정상에서 사진 한컷!

진고개 휴게소에서 오는 길은 1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다.
외지에서는 정상 근처에 있는 진고개 휴게소에서 노인봉 구간을 많이들 애용한다.
하지만 진정한 산인은 아래에서 위로 오르는 법...
자 다시 하산..
왜 힘든 산을 오르는가?
산이 있기 때문에 오른다고 모 유명 산악인이 말하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왜 하산 하는가?
먹을게 없어서.. 춥고.배고파서... 부인이 보고싶으니까..ㅋㅋ
젊었을땐 뛰어서 내려갔던 하산... 무릎이 아파오기 시작한다.
몇시간을 쉬지 않고 혹사시켰더니 배겨 날수 있겠는가?
올라갈때보다 쉬는 횟수가 더 많다. 등산보다 하산이 더 힘들고 어렵다.

절벽 바위를 뚫고 모진 풍파를 견뎌내고 있는 소나무..
편치 않아 보이는 삶이기에 더 돋보이게 아닐까?

곽부인 전용 목욕탕도...ㅎ
2시간 50분 만에 하산...
정확히 6시간의 산행.... 입구에는 편도 6시간 거리라고 적혀있었는데...
왕복 6시간이면 나름 괜찮은 성적이다.
소금강은 율곡이이 선생이 지은 이름이다.
벼슬을 내려놓고 강릉에서 정착할때, 근처에 명산이 있다하여 지인들과 함께
3일간 기행을 했던 곳...
풍광이 너무 아름다워 작은 금강산 같다하여 지었다 한다.
소금강의 또 다른 이름 청학산도 율곡이 지었다는데...
강릉에서 소금강까지 가는데만 이틀이 걸렸다니...
지금은 차로 1시간 거리이니 그땐 그럴만도 했겠다 싶었다.
세번째 산행, 다음번엔 혼자가 아닌 함께하는 산행, 좀더 여유로운 산행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