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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나의 이야기

어명정

모노세로스 2024. 8. 12.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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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성산면 보현사 인근은 목재가 굵은, 그러니까 연식이 좀 되는 (70년 이상) 금강송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일명 '대공산성 등산로'라고 불러왔지만, 최근엔 바우길 2,3구간으로 새롭게 길 이름이 추가되었다.
 
금강송은 송진이 가득 차 비를 맞아도 잘 썩지 않고 단단해서 목재로 널리 쓰인다.
특히 동해안 금강송은 예로부터 궁궐 목재로 많이 쓰여졌는데, 2007년도 광화문 복원에 이곳 금강송이 일부 벌채가 되었다 한다.
 
강원도민일보 최동열 본부장의 기사에 따르면,
궁궐용 소나무를 벌채할 때는 소나무를 벤다는 고유제를 지내고, 벌채 대상목 옆 나무에 북어와 창호지를 실타래로 묶는 소매지기, 벌채목 밑동의 껍질을 벗기는 근부박피, 검인 도장 낙인 등의 까다로운 절차를 거친 이후에 대목수가 도끼질하는 본격적인 벌채작업이 진행된다.
 
대목수 한사람이 벌채할 소나무 밑동을 도끼로 세 번 내리치면서 '어명이요'라고 크게 소리치는 것은 큰 나무를 벨때의 전통의례인데, 그 연유는 100년 이상을 산 소나무는 영물로 보기 때문에 나무를 베는 것을 목수들이 한편으로는 두려워하고, 꺼리게 되므로 임금의 명에 의해 어쩔 수없이 베게 되었다는 것을 알리는 차원에서 어명이라는 것을 강조해 외쳤다고 한다.
 
세번 도끼질이 끝나면 톱을 든 목수가 나서는데, 톱을 들고 나무를 베어 넘기는 목수야말로 정말 기가 센 사람이라고 한다.
 
나무를 다루는 목수가 '이 큰나무를 어떻게 베어 넘기나'하는 식으로 처음부터 주눅이 들어 버리면 산판의 큰 벌목행사, 특히 궁궐용 목재 벌채는 진행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정말 기가센 목수가 톱을 들고 큰 나무를 완전히 제압해 베어 넘기는 방식으로 벌목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어명정은 광화문 복원용 소나무가 벌채된 자리에 세운 정자다.
정자 한가운데에 벌채한 소나무 그루터기를 전시해 놓았다. 그리고 당시 지냈던 위령제 사진과 시인 엄창섭 교수의 기념시가 기둥 위편에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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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첫 대공산성 등반길에 지나쳐온 어명정....그땐 가을과 겨울 사이였던 것 같은데
두번째 산행은 15년만에... 그것도 폭염이 초절정에 달하는 시기에...
 
보현사 입구에서 어명정, 그리고 대공산성까지 편도 4.9km 거리인데, 출발할 땐 그정도야 했던 코스가
첫 출발부터 너무 가팔라서 땀이 비오듯했다. 여기에 날파리가 귓전에서 윙윙거리고 내내 덤벼드는 바람에 산행을 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이번엔 대공산성까지의 계획은 접고, 어명정까지만...
 
2.7km, 왕복 5.4km... 날파리만 없었더라면 산행하기 너무 좋은 코스였다.

내려오는 길에 돌탑에 마음 하나 더 얹는다


아름드리 소나무가 장관을 이루는 금강송 군락지...
위세등등한 자태가 경이로움 그 자체다.


긴바지 반팔차림으로 쉽게 생각했던 등산... 옷이 땀으로 흠뻑 젖어 하산길이 가볍지만은 않았다.

저멀리 강릉이 한눈에 들어 온다.
어명이오~~ 제발 여름철엔 오지마소... 금강송도 땀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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