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둔지네
여름연가(under bridge unbeully) 본문
주말이라는 단어는 참 여유로움을 준다.
금요일 경포해변 당직이었음에도, 피곤함을 뒤로하고 토욜아침 여유로은 마음으로 언별리 밭을 향했다.
올 여름은 유난히 길다.
낼모래가 더위가 한걸음 물러난다는 처서 이건만, 가는 여름이 아쉬운지, 마지막 불꽃을 태운다..
35도까지 올라갔댄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른다.
밭 한가운데는 그늘도 없어 숨조차 쉬기 힘들었다.
흐르는 땀을 연신 닦아대며, 야무지게 익은 옥수수를 수확했다.
어머니의 땀과 정성이 배에 있는 옥수수...
농사 노하우가 있으셔서, 일주일에서 열흘정도 시간을 두고 네번에 나눠 심으셨단다.
이번이 세번째 수확...
한군데 모아 놓으니 세접 남짓된다.
찜통더워에 만사가 귀찮다.
팔것을 골라 놓고 밭너머 다리밑 물가로 뛰어 들었다.
차 뒷켠에 싣고 다니던 간이의자도 함께 챙겼다.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시원한 것은 다리밑...
뙤약볕을 막아주는 그늘에, 시원한 시냇물에, 하천을 따라 선선한 바람도 함께 분다.
신발을 벗어 돌멩이 위에 올려 놓고, 양말을 신은채 풍덩...
산들거리는 갈대숲과, 손가락만한 버들치, 발밑 가득한 골뱅이와 00이 모두가 우리를 반겼다.
아니 불청객이 었을게다.
물 한가운데 의자를 세워놓았다.
어머닌 의자에 앉고, 난 교량기둥 턱에 걸터 앉았다.
엄마도 이젠 많이 늙으셨다.
얼굴에 주름도 많이 패이셨다. 연세도 연세지만, 뇌졸중 이후 더 늙으신 것 같다.
등산 갔다가 집앞에서 쓰러지셨던것이 벌써 3년,
5남매 모두가 분가해 살고 있었지만, 때마침 막내가 집에 있어서 신속히 치료를 받을수 있었다.
뇌졸중은 흔히들 풍,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병이다.
다행히 어머닌 조기에 치료를 받아서 정상인과 별반다르지 않다.
하지만, 계속 머리가 아프시단다. 머리에서 소리가 나기도 하고...
오른쪽 어깨도 가끔 끊어질듯이 아프시단다.
한편으론, 자식들 피해줄까 걱정이시다.
세월엔 장사가 없다더니...
내가 언별리 밭에 자주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시냇물 소리를 따라 여름이 흐른다.
언별리 다리밑, 두 모자도 이야기꽃을 피우며 막바지 여름을 띄워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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