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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나의 이야기

커터 칼

모노세로스 2023. 7. 5.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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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7월 1일자 인사발령을 받았다.
도시재생과!

6개월의 짧다면 짧은 총무담당의 중책을 털고 1년여 노심초사 오매불망하던
승진이라는 열매를 얻었다.

32년 만에 사무관 문턱까지 온 게다.
그 기간이 참으로 길었다.
중간 중간 퇴사의 갈림길을 수도 없이 보내왔다.

어떡하지?
이젠 퇴사의 명분이 점점 멀어져 간다.
승진했으니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
지금까지 한건 워밍업에 불과하다.

나이들어 점점더 힘이 빠지고, 눈은 침침하고, 기억력은 감퇴하는데, 더 많은 일을 해야하니, 참 아이러니 하다.

그러나 어쩌랴 선배들이 걸어온길 내가 헤쳐나가지 못하면 그 또한 우습지 않은가? 무능력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샘이다.

편하게 행복하게 사느냐? 어렵고 힘들게 사느냐? 근데 어렵고 힘든길에 어느새 들어서서 힘차게 걸어가고 있으니..

출근 첫날!
광고물 담당이 선물을 하나 준다.
커터칼!

불법 현수막 제거용이다.

길거리마다, 교차로마다 아파트 광고 현수막이 도배를 했다.
모두가 불법이다.
금요일과 토요일 공무원들이 없는 새를 틈타, 새벽에 붙이고, 우리가 떼어내면 또 붙이고...
주말을 이용해 그렇게 붙여서 광고하면, 우리쪽에서 과태료를 물리더라도 그게 더 이득이라는 거다.

불법 현수막과의 전쟁이다.
주말에 혼자서 50개를 뗐다. 광고물정비반은 하루에 많게는 350개를 뗀단다..

토요일 아침 6시에 일어나서 현수막을 떼기 시작했는데, 8시까지 작업을 했다.
단오문화관 근처에는 10개가 넘는 현수막이 줄을 맞춰 걸려 있다.
얼굴 팔림을 무릎쓰고 8시경 다 걷어 냈다.
그리고 밭에서 잠깐 일하고 10시경에 다시 가보니, 또 10개가 붙어있다...

이거 뭐지?
해보자는 건가?
법대로 간다. 사진찍고 현수막 떼고 찍은 사진들 모아서 과태료를 물리자.
현수막 1장당 25만원 정도의 과태료라 하니...
얼마가 됐든 다 물린다.

모처에 폐기물처리장 반대 주민 현수막도 200여장이 걸려 있단다.
그것도 불법이다.
철거 했을때 주민 반발.. 후폭풍이 엄청날 꺼다.

시청 앞에도 집회신고가 되어 있고, 현수막이 잔뜩걸려있다.
집회할 때는 뗄수 없지만, 집회가 끝나면 떼어내도 된다.
근데 1달 가까이 집회신고가 되어 있다.

모두 불법이다.
법대로 한다.
원칙대로가자. 흔들리지 말자.
칼 맞아도 명분이 있지 않은가?
신고없이 길거리에 마구걸지 말고, 돈내고 신고하고 현수막 게시대에 걸어라.
불법천지의 세상이지만, 그래도 법과 원칙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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