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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나의 이야기

제왕산3

모노세로스 2025. 1. 12.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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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오르는 일은 쉬운일이 아니다.
이왕 산행을 결심했다면 정상까진 올라야 하니.... 얼마나 걸릴지 가늠할 수 없기도 하지만, 
내 체력이 과연 뒷받침 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그나마 최근 걷기 달리기로 체력을 키운 덕분에.... 된다는 자신감이 있긴했지만,
자신감 만으로는 결심까지 이르기 쉽진 않다.
 
올핸 5번의 산행이 있었다.
연초 시산제로 안보등산로 1번, 소금강 2번, 제왕산 2번...
절반의 성공인 대공산성 정상 중턱까지인 어명정까지 1번...
그러고 보니 6번이구먼...   
 
하반기 특별휴가 3일중 마지막 휴가를 냈다.
열흘 남짓 남은 올해... 이번에 안쓰면 날라가는 특휴... 의회 회기중임에도 과감하게 휴가를 냈다.
 
비닐하우스에서 흙먼지 잔뜩 뒤집어 쓴채 쉬고 있는 관리기 스타터 레버도 고쳐야 하고... 
지쳐있는 몸도 달래야 하고... 무엇보다 모든 정기를 하나로 모아...잘되라는 기도도 해야 한다. 
 
매주말 쉬는 데도 주중에 이벤트성 쉼은 더 즐겁다.
아침 부인 출근하고 언별리 농막으로 향했다.
관리기 부품을 떼어 농협 수리점에 맡겨서 고장난 스타트 레버를 고쳐놨다.
 
이어서 고래책방에 들러 마늘빵과 소금빵을 샀다.
지난달 건강검진 후에 받은 상품권이 책방 빵 교환권 만원이었다.
놔두면 똥된다. 이때다 싶어 바로 썼다.
 
엊그제 받은 동문회 감사장과 함께 받은 5만원권 농협 상품권도 이참에 써야겠다.     
하나로마트에 들러 김밥재료와 과자, 라면.... 이것저것...
 
갑자기 결심한 산행을 위해 초콜릿과 물도 샀다.
여기저기서 산 물건을 식탁위에 던져 놓고, 후다닥 배낭을 싼다.
 
어디로 갈까? 그래 제왕산... 이왕이면 산중에 산, 제왕산이지..
4시 30분에 미용실 예약을 해 둔터라.. 서둘러야 한다.
12시 출발.... 대관령박물관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오른다.
12월 겨울 안 깊숙이 들어와 있지만, 아직 햇살은 따사롭다.
 
정상까지 얼마나 걸릴까?
늦어도 4시까진 하산해야 하는데...
 
마음이 바쁜 만큼 발걸음도 분주하다.
그동안 다져온 체력에 기대어 빠른 걸음으로 산을 오른다.
 
워머에 털장갑으로 무장한 덕에 차오르는 숨과 함께 땀도 차오른다.
왜... 갑자기... 산행?
무슨 바람이 불어 인적도 드문 이 겨울, 홀로이 산을 오르는가?
독고다이... 내 세상... 그래 세상은 다 내것이었다. 모든게 마음먹기 달렸다. 
의지하며 살 필요가 뭐가 있던가.. 내 스스로가 의지의 대상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나이가 먹는가부다.. 약해지는 내모습.... 혼자서 중얼거리기도 하고...
안하던 기도도 한다. ㅋㅋㅋ 무엇이 나를 이렇게 변하게 하는가?
 
세번째 오르는 제왕산... 1시간 30분만에 정상에 올랐다.
중덕에서 한번 쉬고, 정상 근처에서 한번 쉬고... 두번 쉬고 거침없이 올랐다.
 
제왕산 표지석 위에 돌을 얹었다.
우리 가족 모두 건강하게 해 주세요...
곽부인 승진하게 해 주세요...
큰아들 합격하게 해 주세요...
작은 아들도 잘 해쳐 나가게 해 주세요...
내가 너무 욕심이 많은 걸까?
두손을 모아 눈을 감고 읊조렸다. 중얼중얼....


참내... 마음이 편해졌다.
쭈뼛쭈뼛... 멋적었지만, 한편으론 잘했다 싶었다.
 
그리고 지체없이 서둘러 하산한다.
산행 내내 사람구경하기 힘들다.
 
외로운 산행... 혹여나 멧돼지라도 만날까싶어 겁도 났다.
주차장까지 내려오는데.... 1시간... 하산이 제일 힘들다는데...
겁도 없이 내달려 내려왔다.
 
휴가는 쉬어야 제맛인데..
이거원 더 힘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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