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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밭/사설 도민일보

DMZ계획 패션화 해선 안돼

모노세로스 2008. 7. 11.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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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가 또 다시 ‘DMZ 계획’을 내놨다. 지난 반세기 넘게 이어져 온 냉전의 마지막 고도를 평화 시대를 맞게 된 오늘의 시점에서 다시 바라보고 특히 생태와 평화의 차원에서 다양한 활용 방안을 찾아보자는 계획이다. 강원도의 ‘DMZ 관광청’ 신설과 맞물린 이번 계획에 쏟는 도의 의지 및 의도는 나름대로 적지 않은 의미를 지닌다.

사실 작금 DMZ 관련 계획을 여러 지역에서 마치 경쟁하듯이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평화생명지대(PLZ) 조성 계획을 비롯하여 경기도와 인천 그리고 도내 접경지 지자체들 역시 각종 계획을 제안해 놓은 상태다. 이런 측면에서 도의 계획이 특별할 필요가 있는데, 크게 나쁜 것이 아니지만 특별하게 보긴 어렵다.

보다 근본적으로 이번 계획이 갖는 DMZ에 대한 접근법의 문제는 지나치게 ‘패션화’의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즉, 문체부 환경부 경기도 등의 계획과 같은 일정한 틀을 지녔다는 뜻이다. 말하자면 기존 계획들을 DMZ에 관한 일차적 해석으로 생겨난 생태 평화 그리고 이어지는 관광 및 그 상품화 등 일종의 유행성과 획일성을 지닌 패션 혹은 패션화로 본다면, 강원도 안이 이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는 의미다.

이런 관점에서 DMZ에 대한 주도의 당위가 내외적으로 인정되는 강원도가 실천에 앞서 깊은 고민을 거듭한 다음 보다 진화된 계획을 마련해야 옳다고 본다. 이를 테면 마치 동물의 왕국이나 식물의 천국인양 오해되는 부분에 대한 살핌 없이 생태와 시대적 평화 상징성만을 앞세우지 말자는 것이다. 이에 더하여 철학적 감성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DMZ는 ‘자연 그 이상의 무엇’으로 다가가야 할 것이다. 예컨대 그곳은 인류의 20 세기 전쟁 기술이 녹아 있는, 분단의 업보를 여전히 품고 있는 전쟁박물관이요, 역사유적지라는 이해다. 파괴되었지만 동시에 살아 움직이는 자연사공원이다. DMZ는 특이한 자연상을 보이는 이른바 ‘뜻밖의 자연’이고, 수많은 이야기를 품은 ‘문화의 무덤’이다. 20 개국이 참여한 전쟁으로 인해 인적 네트워크가 형성돼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글로벌 차원의 영향력을 지닌 곳이 바로 DMZ이다.

따라서 기술적 기능적 접근에 치우친 도의 계획은 신학적 철학적 인문 사회적 의미와 가치를 제대로 얻지 못한 ‘패션화한 DMZ 계획’으로 평가될 개연성이 적지 않다. 이런 우려를 해소하는 차원의 성찰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