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둔지네
마늘 & 양파 본문
세상엔 뭐든 때가 있기 마련이다.
9월초, 좀 이른 듯 보여도 백로가 지나니 어김없이 송이가 나고,
늦게 심은 듯한 들깨도 10월 중순이면 저마다 수확에 들어간다.
오래 긴 가뭄도 장맛비에 해갈이 되고, 두근거리던 여행길도 마지막날엔 아쉽고 부족하기 마련이며,
내가 그토록 그리고 오래토록 해결하지 못했던 성남시장 비가림막 재설치 공사도
누적된 노력의 결과가 쌓여 완성의 결실을 보지 않았던가.
무작정 때가 오는 것은 아니지만 시나브로 때란 놈은 느을 우리곁에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
때를 찾아 말이다....
요며칠 내린비로 땅이 젖어 있다.
어머닌 전날 이미 언별 농막에 오셔서 파종할 마늘씨를 손질해 두셨다.
오늘 할일은 지지난주 뿌려놓은 계분에, 조금 더 퇴비를 하고,
관리기로 밭을 갈고 비료와 살충제를 뿌리고, 마늘과 양파를 심어야 한다.
마늘과 양파는 늦가을에 심어 겨울을 난다.
참 농사란 겨울철을 빼고 쉼없이 움직여야 하는 고된 작업이다.
인내와 노력의 결과물, 결코 서둘러서 될일이 아닌 슬로우한 삶을 요구한다.
한동안 움직여 갈아논 밭에 마늘을 심는다.
관리기가 지나간 자리에 일직선 골이 터지고 골 양쪽 가장자리에 마늘을 곧추 심고 흙을 덮으면 끄읕.
10시 30분께 큰누나가 양파 모종 2판을 사가지고 왔다, 1판에 12,000원
양파도 심는다. 1판에 100개가 들었으니 200개.


따뜻한 남해안 일대에서 심던 양파가 강릉까지 올라와 버렸다.
지구 온난화의 여파가 이렇게 양파 하나로 대변된다.
처음 심는 양파. 그래 니가 뭔 잘못이 있겠니, 암튼 추운 겨울 자알 이겨내고 무럭무럭 자라다오.
양파심기를 끝마치니 어느새 점심. 배꼽시계도 때를 놓치지 않고 신호를 보낸다.
삼겹살에 배추쌈에 된장찌게..
참 이보다 성찬이 어디 있으랴. 나의 최애 음식 삼겹살...
그리고 엄마와 누나. 에고 다들 고생이 많지만 그냥 이 자체로 행복해 하시는 분들.
점심을 먹고 다음 작업은 감따기..
한달전 토네이도급 강풍으로 무쟈게 많은 감이 낙상을 했지만 질기게도 매달려있는 친구들도 많다.
대봉을 한아름. 그리고 단감도...
세상 편하고 행복한 토요일은 이렇게 소리없이 흘러간다.
이번주는 정말 너무 힘든 한주였다.
싱가포르 갔다오자마자, 주민참여예산위원회를 열었고,
협약식에, 금요일 일자리 1만개 창출을 위해 청년센터에서 가졌던 워크숍은 그 바쁨의 하일라이트..
하지만 이또한 다 지나가지 않았던가?
지나 보내고 나면 때론 피식 웃음이 난다..참..
나 여기 있음에 감사하고 또 감사함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