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둔지네
성덕 본문
어릴적 뛰놀던 교정 오랫만에 들른 학교는 많이도 변했다. 40년 전이라 어렴풋해졌지만 한바퀴 돌아보니 옛기억이 새록새록 돋아난다.

잊어버렸던 교가도 읽어보니 리듬이 떠오르고...
운동회때 청군과 백군으로 나뉘어 목터지게 응원했던 스텐드도 그대로 있고, 흙먼지 날리던 운동장은 인조잔디로 바뀌었다..
설기현, 이을용, 김도근을 배출했던 축구부 숙소는 자리를 옮겨 스텐드 위쪽에 자리하고 있다.
담장너머 춘근이 집도 없어지고..그 자리엔 교회가 들어섰다.
초등 4학년에 전학와서 3년 가까이 다녔으니 몇해 되진 않았지만..머리가 조금 굵어지기 시작했던 시기라 나름 사건..추억이 여럿 쌓였었다..
그 중에서...ㅎ
이제야 털어놓지만 큰 범죄도 저질렀다.
6학년 때인가? 중간고사 시험을 앞둔 때였는데..
친구들 몇이서 학교 인근에 사는 친구집에서 밤을세워 공부하다 한 친구가 힘들게 공부하지 말고 시험지를 터는게 어때?하는 대담한 제안이 들어왔다..
지금 생각하면 그건 도둑질을 넘어 범죄행위였다.
늦은밤 교무실에 침입. 시험지를 빼돌리자는 계획..
계획은 실행되고 용감한 친구 하나가 교무실에서 문제지와 답안지를 훔쳤는데...숙직하던 담임선생님한테 걸려 버렸다..
잡히진 않았지만... 도망가는 자기반 학생을 모르셨겠나? 암튼 용감하게 시험지와 답안지를 훔쳤으나... 시험볼때 그걸 꺼내 볼 엄두는 내지 못했다.
선생님이 나만 바라보는 것 같은 느낌... 도둑놈들이 우리인걸 아는 것 같은 눈초리...
우리들의 초등6학년의 대담한 작당모의는 그렇게 성공했지만 죄책감에 시험은 망친...그런 웃픈 추억으로 끝나버렸다..
그러한 추억이 깃든 친구집이 교회로 바뀌어 이렇게 고해성사를 하니 조금은 후련하면서 그때의 두근두근 했던 기억이 떠올라 피식 웃음이 번진다.
요즘 얘기하는 쌈잘하는 짱이랑 한판붙다가 실컷 두들겨맞고 울다 집에 가서 아버지 손에 이끌려 때린 친구집에 가서 사과받았던일...
운동회때 달리기.선수로 뛰었던일...졸업을 앞두고 시내에서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모금했던일...
그 모든 일들이 성덕초등학교 교정에 녹아있다.
토요일 산불근무도 나름 좋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