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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나의 이야기

떼깅

모노세로스 2023. 11. 11.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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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1990년대 중반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 ~ 2000년대 중반에 태어난 Z세대를 통칭해 MZ 세대라 한다.
MZ세대는 소소하지만 성취를 좋아하는 실천하는 세대라고 하는데 맞는지 모르겠다.
 
그들은 줄임말을 선도한다.
 
오하운~
오늘 하루 운동, 운동의 일상화를 의미한다.
 
탁린이 처럼,  초보를 뜻하는 ~린이
골린이, 요린이, 산린이, 등린이...
힙한 장소에서의 인증샷은 필수다. 인별그램과 같은 SNS에 올리는 것은 기본이다.
 
운동에 가치를 부여하는 줍깅도 요즘 대세다.
건강에 즐거움을 더해 가치를 창출하는 줍깅....
 
토요일 오후!
남대천 둔치엔 사람들로 가득하다.
운동하는 이들, 퀵보드 타는 사람,  농업인의 날 행사도 한몫한다.
 
나도 모처럼 뛰어보자.
땀은 흐르겠지만, 차가워진 바람에 따뜻한 옷으로 갖춰입었다.
트레이닝 바지에 기모가 들어간 긴팔 스웨터
워머를 목에 두르고, 장갑도 챙겼다.
손목엔 스마트 워치, 귀엔 버즈 프로,
카카오 뮤직에 담긴 최애곡 21곡을 틀어놓고 달리기를 시작한다.
아~~ 그리고 오늘은 특별히 주머니에 카터 칼도 챙겼다.
 
남대천 둔치를 따라 이마트까지 5km 구간을 돌아오는 길에
다리마다 교차로마다 정신없이 걸려있는 현수막을 제거하기 위함이다.
일명 떼깅(현수막떼기 + 조깅)
운동하는 중간 중간 걸려있던 불법현수막을 그냥 지나치곤 했었는데
항상 그게 맘에 걸렸었다. 
 
하지만, 단단히 묶여져 있던 터라 맨손으로 제거하기엔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래서 운동할 땐 불편하더라도 칼을 가지고 가야겠다. 느을 생각했었다.
 
오늘은 그것을 처음으로 실행해 옮기는 날이다.
물론 현수막 떼는 일은 처음엔 어렵다.
사람들이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에, 이목을 끄는 일은 여간 신경쓰이는 일이 아니다.

더구나 교차로엔 대기하는 차들이 많지 않은가?
현수막 떼는 나를 지켜볼텐데... 챙피하다.. 이런 생각이 나를 두렵게 한다.

저 친구 뭐야? 혹여라도 아는 이가 본다면, 어떡하나?
저 친구 저런거나 하고 있나... 이러 저런 내안의 내가 갖은 상상력을 펼쳐내곤 한다.
 
10km 리버사이드를 돌아 12000보를 걷고 뛰었다.
아파트, 정치, 행사 현수막 20장 정도를 제거했다.
현수막은 가지고 올 수 없어서 제거하고 돌돌말아 한켠에 두었다.
 
16시에 출발하여 두시간만에 집에 돌아왔다.
피곤했지만, 나름 보람된 오후였다.
 
줍깅도 하는데, 언젠가는 대한민국 최초로 떼깅+줍깅(떼줍깅) 캠페인 행사를 기획해 보면 어떨까?
불법현수막이 집중적으로 걸리는 주요 교차로 마다 제거용 가위함을 설치해 두면 어떨까? 일명 클린가위!

돌아오는 길은 이런 저런 생각으로 허기진 배를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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